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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P2500] 피자, 다시 'pan'으로 돌아오다?
  S.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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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다니는 길에 어느날 뜬금없는 피자집이 하나 생겼습니다.
"Papa Johns"라는 상호는 마치 제게 "빨간 모자", "피자에땅"과도 같은
동네 피자 브랜드 같다는 느낌을 줬었죠. 한 판 시키면 서비스로
한 판 더 나오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압구정 한 가운데에, 그것도 대로변에 떡하니
자리잡은 집이 동네 피자 브랜드이기가 쉽지 않더군요.
알고보니, 이 집은 이미 유학생들에게 미국 현지에서 엄청난 호응을 얻고 있는
이른바 '정통파 미국식 피자' 내공의 소유자라고 합니다.


피자라는 음식을 처음 접한 건 예전 동부이촌동에 살 때였습니다.
피자헛,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가 이끌고 있는 이른바 '두꺼운 피자 3인방' 시대 이전에,
미군 용산기지가 가깝다는 이유로 그 동네엔 자체 브랜드인
'피자타운'이란 가게가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 집은
아주 철저히 미국적인 브랜드였던 것 같습니다. Jukebox가 있었고
오픈된 주방에서 주방장이 피자 도우를 만들어 오븐에 넣는 모습,
그리고 지금의 피자헛과 놀랍도록 비슷한 피자의 모습...
(최근에 성신제 피자가 반짝 했지만, 지금은 시들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리고, 90년대 말에 국내에 정통 이태리 브랜드의 Thin피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개그맨 이원승 씨가 부업(?)으로 시작한 대학로의 '디마떼오',
그리고 드물게 프랜차이즈로 피자용 화덕까지 구비한 '피자모레',
청담동과 도산공원 등지에 듬성듬성 자리잡은 이태리 레스토랑들은
두꺼운(배달용) pan피자와는 차별화된 가격과 재료 선별을 통해
피자의 고급화 - 사실 피자라는 음식 자체가 '고급'이라고 보기엔
힘들다던데.. - 를 이끌어왔죠.

그리고, 어제 접했던 Papa Johns의 피자는 pan피자의 고정관념에서
진일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최근 고구마나 바베큐 소스 등 이른바 '피자 외적인 재료'로 승부하는
여러 pan피자집이 간과하고 있는 것을 이 집은 정확히 잡아냈습니다.



'그 집의 이름을 달고 있는 음식이 간판'이라는 고집에 의거,
슈퍼 파파스 피자 레귤러로 주문했습니다.
타바스코도, 파마산 치즈도 없습니다만, 저 노란 소스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지나가야될 듯 하군요.
저 소스의 정식 명칭은 '갈릭 소스'. 피자헛의 치즈크러스트 피자용
디핑 소스와 일견 맛이 비슷할 지도 모르겠지만 묽은 저 소스는
빵 류와의 궁합이 하늘을 찌릅니다.
약간 버터 녹은 액체 같은 느낌이 전체적이며, 뒷끝에서 풍기는
은은한 마늘 냄새가 매력적입니다. 피자의 토핑과도 잘 어우러져
전체 재료의 맛을 한 단계 증폭시켜 주죠. 역시나 마늘은 조미료로선
최고입니다!



솔직히, 상자를 열어보곤 실망했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토핑도 없고, 치즈의 양도 고만고만해 보였죠
성신제 피자에서 치즈 토핑을 추가로 해 먹는 저로서는
저 야박한 치즈의 두께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역시나 최근 pan피자가 빠져있는 매너리즘인 '토핑을 무조건 풍족히'에
저 또한 물들어있었다고나 할까요?





앗, 그런데 한입 베어문 느낌이 상당합니다.
저 적은 듯한 토핑엔 절제된 맛이 있습니다. 무술로 얘기하자면
절제된 동작, 즉 쓸모없는 힘의 소모가 전혀 없는 정중동의, 하지만
고수의 무공이라고나 할까요?
이 피자에선 페퍼로니, 피망, 햄, 올리브, 버섯의 좌석이 딱 정해져 있다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거기에 위의 갈릭 소스가 더해지면 각 재료의 맛이 증폭되어
피자 전체에 대한 만족도가 올라가게 되는 거죠.

단점이라면 매장 자체에서 먹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압구정 지점에서 배달 가능한 지역은 신사/압구정 뿐이라는 것.
그 정도 외엔 아직 - 한 번 먹은 것 뿐이지만 - 큰 단점은 보이지 않네요.
개인적으론 팬 피자의 전성기가 다시 돌아오길 바라기에,
이 집이 흔들리지 않고 오랫동안 버티기를 바랍니다.


잠고냥 으으 정말정말 또 먹고 싶은 파파존스 피자.
지금까지 먹어본 '배달피자' 중 단연 최고였음!!
2003/11/09   
helena 오...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츄라이 해봐야 할 듯!
먹음직한 사진 감사함다 늑대님 T_T
(배고파 쓰러짐)
2003/11/09   
썰렁바깥 파파존스... 연수 때가 생각나는 이름... ^^; 할인쿠폰이 널려서리 심심하면 시켜먹었다는... ^^;;; 2003/11/09   
물루 에휴~~~ 10분만 더 참으면 점심시간 입니닷;;;; 꾸우욱;; 2003/11/10   
가원 피자에 별 열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저도 갑자기 피자가 매우 땡기는군요... 으으...

얇은 피자... 그 중에 도우가 과자 같이 얇아서 한판 먹는데 20분 정도 걸리는 피자... 무역센터 현대백화점 지하에 새로 생긴 이탈리아 음식점의 '퐁기피자' 추천 들어갑니다!!!
2003/11/10   
잠고냥 '퐁기피자'라는 이름 보고 어쩐지 인삼이 들어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잠깐;;
('퐁기'가 '풍기'로 보였어요.. 아아.. -ㅇ-)
2003/11/10   
뇽뇽 보기엔 별거아닌데 맛보면 오잉? 다시 보게 되고, 먹고나선 왠지 자꾸만 생각이 나는.. 그런 인이 박히는 것들. ㅜㅜ 무서븐..
다른 얘긴데 대구 어느 시장통에 마약떡볶이란게 있다네요.
한 할머니가 하는데, 한번 맛보면 그 맛을 절대 잊지 못하고 자꾸 찾아야만 한다는, 역시 무서븐..
피자에 마늘버터맛의 조화는 괜찮은 아이디어같아요.
2003/11/10   
잠고냥 오오.. 이름 쎄네요. '마약떡볶이'라니.. ^^ 2003/11/10   
S.Wolf 얘기 듣자하니 이승환이 대구 공연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그 '마약 떡볶이'집이라고 하더군요.
200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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