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 게시판 :::


  [CP2500] 순대타령 (1) - 西洋
  S.Wolf
  http://cool2.com
잠늑대놈은 순대를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군시절을 경상도 진주 옆 '사천'이란 곳에서 보냈더랬죠.
업무 특성상 밤샘 근무를 주기적으로 했는데, 그 때마다 직업 군인들이
사제 음식을 들여보내주곤 했습니다.
첫 야근날, 뭘 먹고 싶냐는 어느 중사의 말에 전 주저없이 '순대'를 부르짖었죠.
그런데 왠걸요, 순대를 찍어먹는 소금-고춧가루가 없는 겁니다!
뭐 다음은 너무나 유명한 얘기죠. 남도에서는 순대를 막장에 찍어먹는다는것,
서울 '깍쟁이'들이나 소금에 순대를 버무려 먹는다는 조롱 아닌 조롱 등등...

순대에 대한 (뭔가 추잡한) 에피소드를 하나 더 꺼내볼까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남자들이라면 다 한다는 뭔가 '므흣'한) 수술을 했습니다.
마취가 풀리면서 격렬한 통증을 호소하는 아들에게 부모님께서는
먹고 싶은 것을 대라고 하셨죠.
그 때 전 몽롱해지는 와중에서도 예전 살던 동네에서 가장 맛있는 분식집
- 추후에 따로 다룰 예정 -에서 순대를 사달라고 했더랬습니다.

자자, 이런 얘기까지 해가면서 '순대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으니
살살 최근에 먹은 순대 얘기를 해 볼까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검은 순대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저 머나먼 서양에서 온 순대 얘기를 먼저 할까 합니다.
기꺼이 모델이 되어준 곳은 홍대 정문 앞에 있는 "Han's 소세지"입니다.



소세지는 어릴 적부터 '도시락 반찬' 전용이었습니다.
어린 입맛에 이처럼 밥과 궁합이 잘 맞는 존재도 드물었죠.
술을 먹을 수 있게 된 다음부터 소세지처럼 훌륭한 안주도 드물게 되었습니다.

Han's 소세지의 맥주는 참 행복한 존재입니다.
적정선만 유지해도 소세지가 알아서 술의 가치를 높여주니까요.
(물론, 이 집의 맥주는 평균 이상입니다만...)



주방장의 이력이 심상치 않습니다.
도큐 호텔은 어딘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밑의 두 호텔은
국내에서도 탑 랭크에 속하는 호텔이죠.
특히 힐튼호텔 16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 이제 슬슬 기대를 하게 됐는데요...



요상한 빵이 나왔습니다.
빵 위에 발라져 있는 물질(?)은 물론 소세지입니다.
맛은 수입상에서 파는 깡통 소세지를 갈아낸 느낌이죠.
약간 인스턴트 맛이 강하긴 하지만, 맥주 안주의 애피타이져로는
아주 적당합니다.



세트메뉴를 시켰을 때 나오는 샐러드입니다.
Thousand Island 드레싱과 정체불명의 하얀 드레싱이 함께 나옵니다.
하얀 쪽은 요거트 계열의 상큼함을 추구한 맛에 가깝습니다.
물론, Thousand Island 드레싱의 완성도도 범상치 않네요.
(약간의 spicy한 향료가 들어갔을 거라고까지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세트메뉴를 시켰을 경우 야채는 1번까지만 리필이 가능합니다만,
종업원에게 잘 보이시면 2번도 몰래 가져다 줍니다. ^^



자, 본편의 주인공인 서양 순대가 나왔습니다!
이 집의 소세지 세트는 溫과 冷으로 나뉘는데요,
사진의 이 세트는 더운 모듬(S)입니다.
Small의 경우 소세지 2개를, Large는 3개를 썰어주는데요,
두 명이서 Small 세트 1개면 맥주(500cc) 2개는 거뜬히 비울 수 있습니다.
이 소세지의 염도는 실로 절묘해서 한입 먹고 나면 맥주를 아니 먹을 수 없죠.
그렇다고 아주 짜서 맥주를 들이키게 되는 게 아닙니다. 그야말로 맥주를
'부르는' 존재죠.

또 하나의 복병은 저 소세지 위에 올려진 으깬 감자입니다.
잠고냥 군의 말에 의하면 일생을 통틀어 가장 훌륭한 으깬 감자라는데요,
저도 동감입니다.
저 으깬 감자는 너무 풀어져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떡지지도 않은
환상의 점도를 보여줍니다. 소세지의 강한 맛을 차분히 잠재우는
중재역할까지 한다고 할까요.

칭찬이 과한가요?
서양 순대에 대한 얘기는 여기까지 할랍니다.
더 쓰다간 맥주가 땡길 것 같아서요. ^^

P.S 독일식 양배추 김치(?)라는 '자와클라우트'와 곁들여 먹어보고 싶습니다.


잠고냥 조명이 좀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뭐. 여긴 오랫동안 찾게 될 것 같은 집인걸. ^^ 2003/06/04   
victoria 경주엔 도큐호텔 있던데....서울에도 있나?? 으...맛있겠어요. 2003/06/04   
물루 첨엔 저두 순대에 막장줘서 황당했드랬지요. 경남에는 거의 막장으로만 먹드라구요. ^^ 아~ 햇살아래 노곳하게 그늘진 풀밭에서 맥주 한 잔~ 쩝.. 2003/06/04    
helena 도큐호텔...아마도 지금은 없어진 것 같은, 남대문 옆에 있는 호텔일거에요. 옛날 제가 다녔던 회사가 또 옛날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맥주를 부르는 소세지. 멋진 표현입니다. 2003/06/04   
잠고냥 어허허. 그게 일본에 있는 게 아니었군요. (당연히 일본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도큐한즈 때문이겠죠? ^^) 2003/06/04   
썰렁바깥 호오... 빵에 발라 먹는 쏘세지라... 근데 난 왜 몬스터가 생각날까나...? (거기서 하도 흰 소세지를 언급해서... ^^)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를 보면 식욕이 돋는다... ^^ (20세기 소년-일본식 라면, 몬스터-흰 소세지, 베트남 쌀국수, 마스터키튼-라자냐...) 2003/06/04   
S.Wolf 몬스터에 나오는 빵은 대개 십자가 마크가 있고 검은 깨가 잔뜩 뿌려져 있지. 그게 어찌나 맛나게 보이던지... 아, 그리고 마스터키튼엔 "라찌니에"라고 나오던데. 이번에 우라사와 옹은 또 소학관 만화상을 탔네. 다만 끝까지 경합을 벌인 작품이 "신 암행어사"! 2003/06/04   
uptempo1 아앗..마님께서 심통이 나셨네요..ㅠ.ㅠ..1000일날 꽃배달은 매우 success했지만..한동안 못봐서인지..쩝..담에 서울올라가면 쏘세지에 맥주를 ..^^a 2003/06/04   
lynda 여기 발라 먹는 소세지 무지 많이 팝니다 :-)
잠커플 위해 하나 사 갔으면 좋겠지만...가다 상할까봐;;;
2003/06/05    
S.Wolf 발라 먹는 소세지~! 아마 아침이 즐거워지는 아이템이 아닌가 합니다. 아쉽네요~ (직접 한번 만들어 볼까나요) 2003/06/05   
coolbox 아싸~ -ㅁ-+ 홍대앞에 술집하나 더 뚫었습니다! 감사! 늑대님!!! -ㅁ-++ 2003/06/05   
잠고냥 에.. 그런데 여긴 아늑한 bar 분위기는 아니구요. 그냥 좀 시끌시끌 어수선한 편인데.. 좋아하실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소세지는 맛있어요! ^^ 2003/06/06   
잠고냥 참참. 갑자기 위에 달린 리플들 보다 생각난 건데.. 저 막장에 찍어먹는 순대를 먹어본 적 없거든요. -_- 대학교 1학년 때 부산에서 온 애 얘기 들은 담부터 어떤 맛일지 정말정말 궁금했는데.. 서울에서는 순대를 막장에 찍어먹게 한 가게가 정녕 없을까요? 2003/06/06   
marisol 아! 또 가고 싶다. 입안에서 살살녹던 맥주도둑! 2003/06/07   
S.Wolf 여, 여기에도! 2003/06/07   
coolbox 집에서 만든 맛있는 막장으로 먹으면 맛이 안 납니다. 파는 막장으로 찍어 먹어야 맛이 나죠. 그리고 고추와 생앙파! 생마늘등과 같이 곁들여 먹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입가심으로 오뎅국물 한국자~ -ㅁ-+
이번에 부산가면 허벌나게 먹고올 참입니다~!
2003/06/08   
잠고냥 오.. 드디어 저의 궁금증을 해결해주신 분이 나타났군요!! 막장을 슈퍼에서 파는 그 상태대로 사와서 고추 생양파 생마늘만 곁들여 먹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아.. 어떤 맛인지 정말 궁금타. 흑흑. 나중에 시도해 보게 되면 글 올라갑니다. ^^ 2003/06/08   
jade 순대는 모니모니 해두 새우젖에 찍어먹는것이 젤
맞있지 않나 싶군염,허지만 막장도 그럴듯 하네요, 한번 먹어봐야겠네용^^*
2003/08/26   
S.Wolf 아이고, jade님의 답글은 워낙 신출귀몰이라 언제 나타날 지 모르겠어요! ^^ 2003/08/27   
[prev] [CP2500] 치킨은 집에서. "교촌치킨" [13] S.Wolf
[next] [JAPAN] DIY의 즐거움, お好み燒き "むら" @ Shibuya [5] S.Wolf
list  modify  delete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Thedearest